
Testament는 1980년대 중반부터 샌 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쓰래쉬 메탈(Thrash Metal) 밴드다. 내가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들었던 것은 중 3 때였다. 당시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선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을 헤비메탈 특집으로 방송했다. 거기서 특유의 굴림 심한(괄호 안 말과 중간의) 발음으로 "머(메)틀리카를 연상시키지만 오리지낼러(리)티를 가진 밴드"라며 소개했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의 네 번째 정규 음반을 동네 레코드 가게에서 볼 수 있었었다. 이런 밴드의 음반이 정식 발매되다니....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긴 하지만 1980년대 후반 ~ 19990년대 초반 쓰래쉬 메탈의 인지도가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해 볼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쓰래쉬 메탈이라는 마이너 지향의 음악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빤짝' 떴던 시기는 이때 뿐이니까. 여튼, 독특한 훵키(funky) 리듬과 (달리는) 쓰래쉬 리프가 난무하는 가운데 네오 클래식(neo-classical) 메탈에서 들을 수 있던 유러피안 클래식적인 접근의 엄청나게 빠른 기타 솔로가 합쳐진 음악은 정말 독특했다. 사실 이 음반은 테스타먼트의 음악적 진수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밴드의 핵으로 20년을 버틴 완전 메탈 빠들이(절대 나쁜 의미가 아니다!!!) 척 빌리(Chuck BIlly, 보컬)와 에릭 피터슨(Eric Peterson, 기타), 유러피안 클래식에서 점차 재즈로 성향이 바뀌어 가던 기타리스트 알랙스 스콜닉(Alex Skolnick), 그리고 펑크(punk) 성향(쓰래쉬 메탈 자체가 펑크와 비트, 헤비메탈의 교집합의 성격이 짙지 않은가)의 드러머 루 클레멘테(Louie Clemente)의 의견 충돌이 외부적으로 드러난 결과물이 바로
이런걸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지만 1994년 새로운 기타, 드러머가 가입한 이후 지금까지 테스타먼트는 쓰래쉬-데쓰 메탈계의 기타-베이스-드럼 실력자들의 등용문(?) 비슷한 위치가 되었다.
수많은 멤버 교체에도 불구하고 테스타먼트의 음반들은 하나 같이 동종 업계 최고/선의 음악이 담긴 작품들로 기억된다. 아마 척 빌리와 에릭 피터슨, 두 사람이 꾸준히 작곡과 밴드 사운드의 핵을 쥐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거쳐간 멤버들이 핵심 멤버의 곡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연주력을 갖췄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 물 간 음악, 쓰래쉬가 2003년 즈음부터 팬들에게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인은 쓰래쉬 밴드들이 무얼 했기 때문이 아니라 록/메탈계의 젊은 유망주들이 연주에 있어서 쓰래쉬의 흔적을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대표적으로 메탈코어(Metal Core)라 불리는 일군의 밴드들)일 것이다. 여튼 덕분에 그저 옛날 아저씨들로 기억되던 밴드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1980년대 음반의 리이슈도 여기 저기서 이뤄졌다. 동네 작은 클럽에서 매일 밤 100여명 앞(한국에선 그것도 부럽다... 쩝)에서 연주하고 낮엔 이런 저런 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던 아저씨들 앞으로 무려 15년만에 초대형 페스티발 초청장이 발송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테스타먼트는 지난 20년 간 예전같은 인기는 아닐지라도 쉼 없이 활동하고 꾸준히 인정받은 케이스이긴 하다.
고환암으로 곧 가실 듯하던 척 빌리는 삼 년여의 투병 끝에 암을 털어내고 일어섰다. 투병 중에 척을 위한 공연이 2003년 샌 프란시코에서 벌어졌는데, 놀랍게도 전-현직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쓰래쉬 밴드들이 무대를 가득 메웠다. 이 시기가 쓰래쉬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그 때와 딱! 맞아 떨어져서 이 공연은 1980년대의 그 아저씨들에게 DVD제작을 통해 용돈 벌이 할 기회도 제공했다. 척이 기적적으로 암에서 완전히 회복되었을 때, 마이너 수준이긴 했지만 쓰래쉬 밴드들이 국제적 음반 배급망을 다시 이용할 수 있는 정도로 씬이 커져있었다.
그렇게 2005년이 되었다. 밴드의 결성 20주년, 별 가망 없다던 보컬리스트의 회생 등으로 뭔가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던 밴드의 유이한 두 멤버(척과 에릭)는 몸이 근질거렸다. 동 시기의 밴드였던 앤슬렉스(Anthrax)가 (상당한 잡음을 남기긴 했지만) 전성기 멤버로 돌아간 모습을 본 두 양반, "우리도 하자"로 맘을 굳혔다. 테스타먼트는 척과 빌리를 제외하곤 모든 멤버가 공석인 상태라 앤슬렉스처럼 일방적인 해고와 짤린 멤버들이 이를 가는 더러운 꼴이 날 염려도 없었다.
자신의 재즈 트리오를 이끌고 공연과 기타 클리닉을 다니던 알렉스를 찾은 척은 얼마 전 공연장을 찾았던 그렉(Greg Christian, 베이스)의 얘기를 듣고 모두 연락을 했다. 테스타먼트를 떠난 뒤, 아예 드럼을 놓고 살았던 루 때문에 초기 멤버는 아니지만 1990년대 중반 테스타먼트의 드럼 세트에 앉았던 존 템페스타(John Tempesta)에게도 연락을 했다. 모두들 20년 전의 그 기억을 생생히 가지고 있었고 서로의 스케쥴을 조정해서 마침내 2005년 2월 밴드는 (한시적인) 초기 멤버로 재결성을 발표했다.
(루와 존)두 명의 드러머가 교대로 연주하는 가운데, 테스타먼트의 공연은 대박이 났고, 예정보다 공연을 늘려나갔다. 재즈 기타리스트이자 기타 강사로 새로운 명성을 얻고 있던 알렉스는 과거보다 더 정교해진 연주를 선보였고, 데쓰 메탈 나와바리까지 섭렵한 그렉은 더 중량감 넘치는 베이스를, 엑소더스(Exodus)에서 롭 좀비(Rob Zombie)로, 또 헬멧(Helmet)까지 비트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화끈하게 채워주던 존도 더욱 날렵해진 드러밍을 보여줬다. 공연 중간 쯤 존과 교대로 무대에 선 루 역시, 정교하진 않지만 힘에 넘치는 드러밍으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무엇보다 오랜세월 테스타먼트를 지켜온 두 멤버의 관록이 묻어나는 연주는 재결합 무대를 완전히 감싸안고도 남는 여유로움이 넘쳐났다.
이렇게 행해진 공연 가운데, 2005년 5월 8일 런던의 코코(koko)라는 클럽의 실황이 DVD와 CD로 발매되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하마 1980년대 후반, 쓰래쉬 메탈에 중독되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운드에 당시에 들을 수 없던 관록의 힘이 붙어서 가공할 실황음반이 탄생했다.
오랜 세월 무대에서 소리 지른 양반들 거개가 그러하듯 좀 더 굵어지고 힘이 붙은 척의 목소리는 이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다. 음반보다 동영상을 보니 더 무섭다.... 보기만 해도 무거워 보이는 그 뱃통을 울려 나오는 묵직한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찢어 올리고 쫙 깔고 확 질러댄다. (뱃통은 비슷한데, 난 왜..... T.T) 어느 곡을 딱 지정할 수 없을만큼 모든 곡의 연주가 강렬하고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면도날 하나 들어갈 자리가 없을만큼 꽉 짜여져있다. 모든 곡이 초창기 5장의 음반에서 선곡되었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도 따분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다. 곡은 그 곡이되 사운드는 놀랍도록 현대화되고, 연주력은 향상되었다. 그리고 척의 보컬은 그 모든 것을 자기 뱃심으로 확~! 삭혀내는 듯하다.
어렸을 때는 그 때의 테스타먼트를 좋아했다. 좀 지나서는 늘 변화하는(쓰래쉬 메탈의 바운더리 안에서) 그들이 좋았다. 이제는 자신의 길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이 고맙다. 특히 암에서 돌아온 척과 전화 한 통으로 훌훌 털고 다시 모여준 그들의 우정이 고맙다. 물론 다시 모여서 200% 만족스런 음악을 보여줬기에, 자신의 자리에서 스스로를 갈고 닦아왔음을 확인시켜 줬기에 음악팬의 입장에서 고마운 것이다.
심하게 시끄러운 음악의 임팩트를 필요로 하는 인생들에게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음반.
지난 여름 테스타먼트가 부산을 찾아줬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운 생각을 해본다. 자세히 말하다가는 입만 더러워질 것이고..... 언제쯤 우리에게도 주먹구구가 아닌, 그리고 딴 나라 애들 불러올 때는 그 나라 음악계의 문화를 아는 세련된 프로모터가 나올 것인지, 참.
Posted by 헤비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