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장한 혈기를 주체 못하는(RHCP와 동의어) 곡은 없지만 어느 한 부분 흠 잡을 수 없는 빡빡한 섬세함이 온통 들어차있다. "플리(Flea)"의 베이스는 점점 더 테크닉적으로 막강해질 뿐 아니라 '여유', '관조'같은 단어가 떠오르게 만드는, 한 마디로 거장의 그것을 완벽하게 체현한다. 너무나 담백한 베이스 연주가 오히려 반짝 반짝 귀에 쏙쏙 들어오다니.... 놀랄 따름. 요즘 1세대 메탈러들(1970년대에 반짝이던)의 솔로 음반 여기 저기 얼굴을 내밀며 잡식성 연주가 무엇인지, 그리고 뭘해도 빡세게 해내는 모습을 보여준 "채드 스미스(Chad Smith)"의 드럼은 어떤가. 두 사람 다 '관록'이 반드시 '무게'와 동의어가 아님을 섬세하고 부드러운 연주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훵키 리듬이 댄서블하면서도 편안하다(그러나 손가락을 상상하면 현기증이 날 만큼 현란하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후르시안테의 기타 소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보컬리스트, "앤소니 키(어)디스(Anthony Kiedis)"는 아름답고 정제된 발라드마저도 훵키한 곡을 부를 때처럼 리듬감이 팍팍 살아나는 노래를 들려준다. 신기하다. 대단하다. 더 할 말이 무어가 있으리오. 개인적으로 RHCP는 『Mother`s Milk(1989)』부터 『Blood, Sugar, Sex, Magik(1991)』까지 너무 좋아했다가 잠시 그냥 그렇게 느껴지던 시절을 거쳐 『Californication』부터 다시 뿅갔는데, 생각해보면 후르시안테가 참가한 시기의 RHCP 음악만 좋아한 셈이다. 그만큼 그의 맛깔나는 훵키~블루지한 연주가 딱 내 취향이란 말이 된다. 신보에서도 단연 그의 기타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좀 더 간결해지고 정통적으로 돌아선 그의 연주는 완벽 그 자체인 리듬파트의 지원 위에서 맘 껏 실력발휘를 한다. 그러나 고수는 말이 많지 않은 법! 그의 기타 연주는 테크닉의 나열과는 전혀 다르다. 충실하게 감정을 표현하지만 솔로는 시간적으로 상당히 짧다. 그런데 기타 솔로는 노래가 끝나도 귀에 계속 맴돈다. 리듬이 워낙 깔짝깔짝 귀를 간지럽히기 때문에 솔로 연주를 하지 않아도 기타 소리가 너무 큰 흔적을 남긴다. 실험, 새로움, 혈기, 패기, 그런 것과는 좀 다르다. 대신 연륜, 여유, 관조, 자신감, 뭐 그런 얘기로 가득한 음반이다. 정말 잘 만든 음반. 정말 꼼꼼한 음반. 더블 앨범이 전혀 아깝지 않은 음반. 모든 파트의 연주가 너무 완벽하고 커다랗기 때문에 앨범 타이틀이 그냥 음악이 되는 음반이다. P.S.1 근데, 사실 좀 두렵다. 점점 더 완벽한 음반을 내놓은 그들이 음악을 더 잘 만들어감에 따라 예전의 막가파식 훵크-메탈-펑크-록의 전투력을 상실하는 것 같아서. 그 힘이 완전히 사라진다면 그런 RHCP를 RHCP라고 말 할 수 있을런지. 그러나 확실한 건, 지금 RHCP는 완전히 정점에 다달은 창작력과 연주력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P.S.2 서서히 사라지기보다 확 불타버리는 게 낫다고? 음... RHCP가 힘을 점점 잃어간다해도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Deep Purple이 껍데기라고 욕하는 사람 많지만, 난 그들은 그렇게 계속 살아있음에(핵심 멤버도 많이 바뀌었음에도), 그리고 그렇게 라이브를 멈추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기 때문이다. Keep on Rockin`!
Posted by 헤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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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엄 띠엄 대충 대충
- 헤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