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디 가이(Buddy Guy). 자신이 소유한 블루스 클럽 이름(Legend)처럼 이제 그는 명실상부한 전설, 너무 뻔한 얘기지만 살아있는 전설이다. 블루스의 영원한 큰 엉아 머디 워터스(Muddy Waters)의 오른팔이던 1960년대 초반부터 버디는 언제나 1류 연주자였다. 그리고 솔로의 길을 걸으면서도 언제난 블루스인들의 주목을 받는 존재였다.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그를 존경했고, 스티비 레이 본(Stevie Ray Vaughan)이 하늘같이 받들었다.
그러나 전설이라는 말이 갖는 힘은 엄청나다. 자신을 보존하기조차 어려운 무게다. 그러다보니 '전설적'이란 타이틀이 붙는 뮤지션의 말로를 볼짝시면 대부분 자신이 만든 그 음악의 테두리에 갇힌 채, 자기 복제만 죽어라 하다가 가시는 경우(자기 복제도 못하고 손놓고 있다 가시는 양반은 또 얼마나 많던가)가 태반이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예외적으로 끊임없는 변신과 정진으로 더욱 큰 감동의 도가니탕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오늘의 주인공 버디 가이 옹은 어떠신가. 옹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나 젊은 사운드를 들려주시기에 형님으로 모시고 싶다는 게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다. 그렇다! 이 양반은 그 흔치 않다는 자기 틀 부숴내기의 산 증인이다.
물론 이 양반이라고 슬럼프가 없었겠는가. 특히 버디 가이에게 그래미상을 떠억 떠억 안겨주기 시작하던 1990년대가 그에겐 진정 음악적 구렁텅이였다. 연주 죽이고, 편곡 뿅가고, 녹음까지 환상이던 그 시절의 음악들은 블루스 스텐다드 그 자체였다. 그러나 스텐다드, 표준이 뭔가? 너무나 안정적이고 훌륭해서 박수만 치다가 그냥 후딱 지나버리는 것, 그것 아니던가? 상복과 반비례해서 살아있는 자기 복제 공장이 되는 것은 아닌가 싶던, 그가 다시 살아난 것은 1998년 젊은피의 수혈과 함께였다. 신선한 감각으로 여럿 구해낸 젊은 프로듀서 데이빗 지(David Z)를 자신의 프로듀서로 전격 기용한 것이다. 거기에 1980년대 생인(팔십 몇년 생이더라.... `81? `82? 여튼 당시로선 스무살이 막 되려는 애였다) 자니 랭(Jonny Lang)까지 불러서 최신-최고/구 블루스 기타의 맛깔난 대결까정 불사한 음반
거기에 2001년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도 울고 갈 - 사실 헨드릭스는 생전에 버디 가이에게 영향을 받았음을 종종 밝히곤 했다 - 초강력 왕 끈끈 일렉트릭 블루스 음반 <sweet>를 통해 노장은 죽지 않음을 완전히 천명한 바 있다. 그래서 그 다음 작품이 그리도 기다려졌는지 모르겠다. 또 다시 몇 년을 기다린 끝에 나온 음반이 바로 올 가을/초겨울 시즌을 강타(! 했으나 안타깝게도 헤비죠 밖에 강타 당하지 않은듯....)한 <Bring `em in> 되겠다.
사실 산타나(Santana)에서 존 메이어(John Mayer)까지의 후배들이 참가했다는 부분은 음반을 듣기 전에 상당히 선입견으로 작용한다. 명인 소리 듣는 뮤지션이 주옥같은 후배들 불러서 음반 냈다면 뭐겠는가? 곁다리 한 곡 정도라면 웃음을 머금을 수도 있지만, 대 여섯 곡 이상이 스타급 후배들이라면 이건 십중팔구 상업적 히트와 내 나와바리 지키기 내지는 울궈먹기 아니겠는가하는 의심이 "떡!"하니 들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곡들의 저자들이..... 소울 / 훵크의 명인들의 곡들이 주악 골라져 있지 않은가? 의심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그저 버디 가이니까 들어보는 거다. 근데, 저 커버의 표정을 봐라. "(씨익~) 함 들어봐"하고 여유있게 웃고 있지 않은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노장 블루스 뮤지션이 들려주는 블랙뮤직 다시 읽기다. 그리고 자신의 음악을 100% 이해한 노장이 자신이 약한 부분을 살짝 긁어줄 수 있는 후배들을 불러다가 '요건 형이 좀 약하거든, 느그들이 형 대신 형보다 더 확~ 질러봐라.' 뭐 이런 아주 솔직하면서도 진득한 음반 되겠다. 거기다 후배들이 불 지른 음악에 스스로도 업!되어 버디 가이 연주마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음반이라 하겠다. 따라서 2005년 또 하나의 블루스 전설급 뮤지션 비 비 킹(B.B. King)선생의 <80>음반과는 아예 그 맥을 달리하는 것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겠다.
사실 버디 가이는 동시대 블루스맨으로서는 독특하리만치 쿨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의 경력 대부분이 일렉트릭 블루스의 고장 시카고에서 쌓였다는 것 만으로 그의 쿨함을 이해하기엔 너무나 나이보다 젊은 사운드를 들려준다. 신보는 앞서도 밝힌 바, 소울 뮤직의 진수들을 블루스로 재해석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올디즈의 진한 맛과 함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명징한 벤딩으로 신선함을 더한다.
한 곡, 한 곡 따져가며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즉 화려한 게스트가 있음에도 음반이 전혀 중구난방으로 흐르지 않고 버디 가이 페이스대로 흘러가고 있다. 버디의 기타는 지난
산타나보다 더 진하게, 존 메이어보다 더 담백하게, 키스 리차드보다 더 올드하게. 중량급 백인이 흑인 음악에 참여할 때 결과는 늘 그랬다. 에릭 클랩튼이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그들(흑인 블루스 뮤지션)의 노래를 부르고 음반에 참여하여 그들은 돈을 벌 수 있지 않은가"(물론 요 얘기 앞엔 백인 뮤지션도 자신이 존경하던 음악인과 함께 연주하는 기쁨에 대해서도 논했으니 오해는 마시라) 그래서 은근히 정규 교육을 통해 훨씬 정교한 연주가 가능한데다가 돈 마저 많은 후배 백인 스타들이 게스트가 되면 언제난 음악은 그들에게 맞춰지곤 했다. 버디 가이의 신보가 기분이 좋은 것은 무엇보다 이러한 후배들이 버디 가이를 앞서 나간다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
2005년의 끄트머리에서 만난 장인의 음반. 뮤지션, 엔터테이너, 뭐 다 좋다. 그러나 버디 가이에게는 블루스 장인(Virtuoso)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려 보인다. 라이브에서는 한결같은 올디즈 블루스일지 몰라도 음반에 있어서는 끊임없이 변신(이번엔 땡땡이 기타도 안들고 커버 사진-속지는 역시 땡땡이 기타가 등장-부터 다르지 않은가!!! ^^)를 하는 그의 자세는 진정 장인의 모습 그 자체다.
나이 서른도 안되서 안주하고 노인네들보다 더 세상물정 잘 아는 듯한 애들을 만나면서 힘 빠지던 나날에 비춰진 한 줄기 햇살이랄까? 국적을 떠나, 언어를 떠나, 이런 음악은 나서서 칭찬해줘야 한다.
Posted by 헤비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