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보다 따뜻한 평양 안마라.....

다른 얘기 하나.

카메라 폰이 절실히 느껴지던 어제였다.

루마니아의 Post-Socialism 상황에 대한 꽤 치밀한 민족지를 읽으며 토론한 수업이 끝나고, 북한의 개방 ~ 통일에 대한 복잡한 사회문화적 문제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들으며 뜨끈해진 머리를 띵띵거리며 나오는데, 진짜 깨는(!) 프랭카드를 하나 봤다. 카메라가 없어서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꽃피는 봄날보다 따뜻한 평양 꽃봉오리 안마 (아랫줄에는 '24시간 출장 대기 전화 ~')"란다. 그래, 우리의 머리 속에 그려지는 통일의 그림은 벌써 sex산업이 선점하고 있구나. 미용실의 변천을 통해 한국의 근대사를 다시 쓰는 작업을 진행 중인 선배의 얘기는 더욱 충격이었다. "한국에 왜 그리도 퇴폐 이발소가 많아졌을까?" 매춘부들의 재활 훈련 코스에 면도사가 있었단다. 이 재활 훈련이란 것이 제소자를 위한 재활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는데, 여기에도 여성 재활 훈련으로 면도사가 있었단다. 이발소, 여성 면도사, 여성 이발 보조원. 통일 이후의 자본주의식 근대를 알지 못하는 그들에게 자본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 남을까?



조금 다른 얘기 둘.

통일이라는 말의 권위에 짓눌리지 말자고 '탈 분단'을 쓰는 분들도 많다. 언어가 우리의 사고를 규정하는 것이라면(이런 식의 얘기 많잖아. 남자보다 여자를 가리키는 말이 훨씬 더 세분화되고 종류도 많다는 류의) 탈 분단도 좋다. 그러나 그것보다 통일과 관련된 '우리 민족' 들이대는 감정적인 접근부터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 통일은 민족, 우리 민족의 무엇이 아니다. 시민사회의 확대와 다양화와 맞물려야 한다. 한국에 살고 있는 시민은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 노동자도 있고, 나처럼 충청도에서만 수 대를 살다가 바로 아버지 세대에서 서울로 올라온 도시화-산업화를 처음 경험한 남자도, 미국서 태어나서 2중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군대를 가지 않으니까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짜증나는 징병제) 여자도, 모두가 이 공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다.

난 통일 문제에 거품무는 총학의 걸개그림을 보면서 늘 궁금하다. 그들의 머리 속에 후기-근대, 탈-사회주의가 만나면서 몸으로 체화된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경제를 어떻게 함께 살 것인지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그저 한민족이라는 말도 안되는 말장난으로, 거시 정치적인 통일 단계만 고민하는 것은 아닌지. 루마니아에서 사회주의 정권이 몰락한 뒤, Caritas라는 피라미드 회사가 거의 모든 국민을 휩쓸었단다. 시장경제의 원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 회사에 투자한 후, 수익을 얻을 때까지 은행에서 첨으로 대부를 했는데, Caritas가 무너지자 대출받은 돈을 상환하는 문제에 걸렸다. 근데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이 '이자'였단다. 원금이 아닌 이자에 대한 개념이 그들에게 없던 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원래 그런 것이라 믿었던 대출-이자+원금 상환의 공식이 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저 우리가 당연한 것처럼 여겼던 것이다. 당연함의 모든 것을 의심되는 시간. 그것이 바로 탈 분단의 시공간이다. 통일에 거품물면서 학교 앞 블랙쪼끼에서 술을 마신 후에는 돈을 내는 구조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는 동연 후배들을 보면서(동연 회장하던 내 친구가 돈을 내주니까 그랬던 걸까) 머리가 아파진다.



그 얘기 합쳐서 하나.

진보를 칭하는 그대들도 뼈속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인 이 시장 경제의 틀이 이 땅에 자리잡은지 겨우 3,40년 밖에 되지 않았다는 걸. 그런데 우리는 벌써 "봄날보다 따뜻한 평양 안마"를 보면서도 무서워하지 않게되었다는 걸. 안마 광고를 붙인 업주들에 대해 평양가서 아가씨 품어보길 원하는 최연희같은 종자라고 매도하며 욕하고 끝내지 마시길. 그게 우리가 그리고 있는 감정적이고 공기처럼 당연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자본주의가 그려내는 지극히 자연스런 미래니까.





상관없는 말 한 줄.

나 조차도 의심하면서도 자본주의의 규칙이 그냥 몸에 배어 버렸는데.... 이런 이런.  

Posted by 헤비죠

2006/04/05 11:50 2006/04/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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