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잠이 깼다.

일주일에 2, 3일은 밤 새는 나날을 한 학기 거의 내내 보내다가 간만에 일찍 잤더니 그만 잠을 설치고 말았습니다.

그냥 뒤척거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문화인류학이라는 어떻게 보면 실용성과 멀어보이는 학문을 합니다. 그리고 가르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문화인류학의 현장연구는 사실 서구에서는 그 어떤 리서치보다 먼저 선행되는 시장조사 방법이기도 합니다. 일본 맥도날드가 KFC와 달리 그렇게 빨리 성공적으로 일본화 할 수 있던 그래서 훨씬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도 본사에서 일본 진출 전에 인류학자들에게 시장조사를 선행시켰기 때문이라더군요. 그래서 체인의 유치 방식에서 실내의 활용도도 소비 대상도 미국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게 되었다더군요. (그러면서도 미국과 꼭같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런 용도로 참 유용하긴 하지만, 갑자기 인류학을 하는 게 그런 이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사회를 읽어낼 수 있다면 더 큰 구조적인 문제에 의문을 표해야 하지 않을까. 기본적으로 인류학은 귀납적인 학문이기에 맑스와 멀어 보일지 몰라도 사회문화의 구조와 기능을 파악하고 그 사고 체계를 읽어내는 게 목적이라면 그 눈을 가진 사람은 그 사회의 문제들을 변화를 이룩할 생각을 해야하는 게 아닐까하는.

며칠 전에 땜빵으로 강의를 하나 들어갔습니다. 북한에 관한『A State of Mind』란 다큐를 보고 토론을 시킨 것이었는데, 인류학을 배우고 있다는 후배들이 그렇게 철저히 민족주의와 자본주의적인 사고로 북한을 읽어내는데 사실 크게 놀랐습니다. 도대체 교수들은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일까.

아니, 학생들은 아무 생각없이 성적대로 대학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자기가 전공하는 학문의 기본적인 시각에도 관심이 없을까. 그거 해서 뭐에 써먹을건데? 라는 물음 말고는 할 줄 모르는 후배이자 학생들이 참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나도 별 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지나가면서 좀 무섭기도 하더군요.


그나저나 어떤 음악을 들어야 잠이 잘 올까요? 내일은 오늘 포기하고 자버려서 할 일이 또 산더미같은데......

Posted by 헤비죠

2007/05/19 03:58 2007/05/19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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