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명료의 길을 트고 싶다

예전에 무슨 원서를 읽었다. 단어도 모르겠고, 문장도 꽤 복잡하고 길었다. 줄줄이 이어진 한 문단이 거의 한 문장이었다. 그 글이 명문이라고 치켜세우는 분들을 보며 존경스럽기도,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지금도 별 반 차이는 없다), 아예 이 글에 탄복하는 그들이 위선적인 것은 아닐까(요 의심은 곧 깨졌다) 싶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다시 보라면 제대로 읽어낼 자신이 없다.

내가 그 논문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글을 내가 잘 읽어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 글에 대해 (지금도 내가 너무나 존경하는.... 아마 계속 미국에 계셨더라면 지금쯤 히피 대마왕-미국서 한국을 찾은 그 양반 친구를 봤을 때 플라워 칠드런이 플라워 어덜트가 되었구나 싶었다-이 되셨을) 한 양반이 미국에 있을 때 그 논문에 대해 짤막하게 서평으로 제출했던 것을 봤기 때문이다. 나도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짧고 간결한 문장, 그리고 무엇보다 중심 생각을 따다닥 열거하는 능력. 그 서평을 읽고 난 후, 난 그 논문이 이런 얘기였을 것이라 짐작하며 읽을 수 있었다. 물론 혼자가 아니라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끼리 쪼개서 읽었지만.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능력. 이거 정말 대단한 축복이다. 아마도 엄청난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며칠 째 Gojira라는 프랑스 데쓰 메탈 밴드의 음반에 대해 쓰고 싶었다. 음악적으로 뿅간 것이 첫 째 이유다. 헌데 이 음악이 처음 듣는 새로운 스타일이 아닌 것이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다. 사실 이 정도의 극단까지 음악을 확장한 앞 사람이 있었다. 그 때는 그 음악에 대해 절대 대중화 될 수 없는 이상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다보니 선구자와 꼭 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그 방향성을 따르는 음악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막상 글을 쓰다 보니 하고 싶은 말 위로 얘기들이 쌓이고 또 쌓여서 나 스스로 주체할 수 없는 글로 변해버린 데 있다. 아예 부글거리면서 한 번에 확 써버리면 말은 이상해도 전체를 관통하는 힘이라도 있을텐데.... 이거는 쓰다가 딴 거 쓰다가, 또 돌아왔다가 하다보니 길기만 할 뿐 핵심마저 뒤죽박죽이 되가고 있다.

답답한 맘에 오랫만에 <유혹하는 글쓰기>를 꺼내 들었다. 몇 년 전에 난 이 책을 읽은 후, 정말 많은 것을 얻은 느낌이었다. 사실 학술 논문 쓰는 법에 대한 책, 민족지 작성에 대한 책만 (그것도 수업시간 강독으로)읽던 나에게 그 책이 얼마나 큰 변화를 주었던가. 꼭 <유혹하는 글쓰기>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내 얄팍한 논문이 그 전에 읽었던 학술 논문 작성법에 나온 형식과 꽤 다른 글체와 구성으로 쓰여진 것에 분명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다시 읽으려 책을 꺼내보니 스티븐 킹의 자전적 스토리만 떠오른다. 글 쓰기에 대해 재밌게 예를 들었던 자전적 스토리들만.....



잠시 접고 글을 쓴다는 것, 나에게 글을 쓰는 행위의 의미, 방법, 전략, 기타 등등 전반적으로 차근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Posted by 헤비죠

2006/01/18 00:34 2006/01/1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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