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rl Jam - Pearl Jam


(2006, 미국, Monkey Wrench/Sony)

"펄 잼(Pearl Jam)"은 역시 펄 잼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미리 공개되었던 「World Wide Suicide」에서 느낄 수 있던 것과 같이 좀 더 원초적이고, 좀  더 근원적인 록 사운드를 본작에서는 45분간 넉넉하게 즐길 수 있다. 도시적이며 세련된 전자음이 가득한 매끈한 음악(심지어 데쓰 메탈마저)이 음악계를 평정한 지금, 이렇게 털털거리는 음악을 들고 나온다는 것은 거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런 짓을 한 장본인이 펄 잼이라면 '실패'라고 단정짓기 전에 다시 그 음반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온 록계의 얼마 안남은 정신,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티켓마스터와 싸운다는 것은 미국 내의 대형 공연장 공연을 포기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입장료를 너무 비싸게 책정한다(공연 제반 비용에 비해)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실천했다. 이라크와의 전쟁이 시작되자 무대 위에서 부시의 가면을 짓밟는 거침없는 행동을 한 것이 바로 그들이다. 펄 잼이기에 1970년대 초반의 록 밴드에서나 들을 법한 거친 연주와 개성있는 떨림이 느껴지는 "에디 베더(Eddie Vedder)"의 목소리는 록의 정수가 된다. 펄 잼의 음악은 유행에 뒤떨어진 화석이 아니라 시대 정신과 함께 호흡하는 현재형 음악인 것이다.

사실 신보는 개인적으로 다시 펄 잼의 열혈팬이 되게 만들어 준 『Binaural(2000)』과 악곡이나 음반 구성에 있어서는 동일한 형태를 띠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좀 더 날 것의 사운드로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고사드(Gossard)", "맥크레디(McCready)", 그리고 베더가 연주하는 기타는 투박하다. 그 질감은 오랜 세월 기타를 만지며 굳은살이 박히고 손 끝이 뭉툭해진 뮤지션의 손길이 그대로 전해지는 끈끈함이다. 테크닉은 농익었으며, 맺고 끊음이 정확하다. 그러나 화려함과는 점점 멀어진다. 오히려 『Ten(1991)』이 지금보다 더 화려한 사운드로 채색된 정도다(역시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반 중 하나다). 더 이상 외면적인 부분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거장의 힘이 그대로 사운드에 잔득 담겨있다.

미국적인 포크록과 모양새가 닮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타이밍이면 펄 잼은「Life Wasted」, 「Big Wave」, 그리고 타이틀 곡과 같이 상당히 강력한 그런지 사운드를 들이대면서 '우리 그렇게 만만하지 않아'라며 청자의 귀를 자극한다. 물론 예전보다 이펙터의 사용은 훨씬 줄고 원초적인 앰프+드라이브+볼륨으로 만들어진 사운드이긴 하지만. 한참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s)"와 미친 듯이 감동적인 음반들을 만들어내던 "닐 영(Neil Young)"이 떠오를만큼 에디 베더의 목소리와 밴드의 연주는 부글거린다.

사운드는 소박하지만 느낌은 더욱 거침없어졌다. 그리고 이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그래서 고맙다.




P.S.1
펄 잼의 신보는 3연타석 2루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사실 삼진과 홈런을 반복하는 초강력 홈런타자보다 꾸준히 잘 치는 타자가 팀을 위해 더 필요한 법. 내가 양준혁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거기다 양준혁은 빠르진 않지만 공이 배트를 맞기만하면 1루까지 죽어라 뛴다. 그래서 양준혁은 장거리포가 가동되지 않더라도 진루율이 좋은 편이란다. 왠지 펄 잼은 미국 록계의 양준혁같은 느낌이 든다?! 에디 베더나 양준혁이나 뚝심있는 이미지도 비슷한 거 같은걸.....ㅋㅋㅋㅋㅋ

P.S.2
고사드는 점점 더 블루스에 경도된 듯한 기타 연주를 들려준다. 그러나 그의 연주는 블루스계에서도 잊혀진 진짜 원초적인 연주다. 한 창 때의 "손 실스(Son Seals)"나 "하운드 독 테일러(Hound Dog Taylor)"같은 양반들의 연주만큼이나 투박하면서도 뜨겁게 타오른다고나 할까? 여튼 그의 사운드, 그의 연주 태도, 그의 손버릇, 하나 하나가 다 맘에 든다. ^^

Posted by 헤비죠

2006/06/04 03:36 2006/06/04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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