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날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튼, 난 녀석이 보고싶어졌다. 그래서 재빨리 옷을 챙겨입고 나가면서 "야~ 표 하나 더 끊어놔!"를 외쳤다.
도대체 얼마만인지. 고등학교 친구놈들과 몰려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 극장 안은 시원했고, 자리도 만석이 되지 않아서 두 칸씩 차지하고 아주 편안한 자세로 영화 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정말 편안한 감상 자세가 만들어지자 드디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5초 후면 자동으로 폭발된다'는 얘기에 우리는 극장이 울려라 "으흐흐흐" 웃어줬다.
예상했던 바를 고대로 따라주는 영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허를 찌르거나 놀라운 내용은 아무 것도 없으나 각 시퀀스마다 타이밍을 정말 잘 조절했다고나 할까? 그녀가 죽지 않을 것이란 것도, 배신자가 있을 것이라는 것도, "이단 헌트"가 절대 실패하지도 죽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다 알았다. 그러나 좀 더 미루면 지루하고, 좀 더 당기면 유치한 이 얘기의 배치를 정말 매끄럽고 놀랍게(다 알면서도 허걱!하게 만드는) 잘 붙여놓았다. 액션 역시 아슬아슬하고 뻥뻥 거린다. 저런 황당한 짓을 해도 사람들이 모두 속는다는 말도 안되는 장치들의 연속이나 그래도 아슬아슬하다. 그게 영화를 보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공식대로 정교하게 만든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 잘 봤다. 그리고 고교시절 영화 얘기, 음악 얘기, 기타 치기, 노래 하기에 목숨 걸던 그 친구들 중 처음으로 장가를 가는 녀석의 총각 마지막날이자 유부남 첫날(영화가 끝나니 자정이 훨씬 넘었고, 녀석은 약 18시간 후 신랑으로 예식장에 걸어들어왔다)을 함께 보내게 된 것도 그냥 기분이 좋았다. 녀석의 총각으로 잠들기 전 마지막을 예전처럼 시커먼 친구들과 으흐흐 거리면서 영화 얘기로 보낸 것이다. 그냥 술 마시며 '씨발 씨발'하다가 마지막을 보낸 것보다 왠지 기분이 깔끔했다.
친구 녀석은 신혼 여행에서 돌아오면 수원에 살림을 차린다. 아직 서울에 붙어있는 그리고 결혼과 저 멀리 떨어져있는 나머지 녀석들끼리 약속을 했다. 총각으로 남아있는 동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사람없는 (평일)새벽에 예전처럼 시커먼 놈들(기본이 180cm가 넘는 우리 조직(!)의 특성을 살려)이 우~ 몰려가서 맘껏 웃고 즐기며 영화보는 시간을 갖자고. 어찌보면 예전과 달리 새벽까지 술 마시면 다음날 출근이 힘들어지기에 친구들 얼굴 보고 싶어서 억지로 짜낸 아이디어일지도 모르지만.
P.S. 1
"톰 크루즈". 정말 얄밉도록 행동 하나 하나, 돈 쓰는 거 하나 하나가 철저하게 계산된 친구다. 하다못해 정확한 발음까지도. 재/수/없/다. 근데, 영화는 재밌다. 내가 좋아하는 건, 아주 지 맘대로 막 행동하는 "이단 헌트"요원이니까.
P.S. 2
"다니엘 헤니"의 연인이라는 "메기 큐"양..... 향후 총각의 밤을 지새는 우리 친구들의 연인이 되어 주실 듯한 느낌이 팍팍 든다. ㅋㅋㅋㅋㅋ
Posted by 헤비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