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한국, SINAWE Music/도레미미디어)
한국 최초의 헤비메탈 음반 『시나위』(1986)를 발표하며, 한국 최초의 헤비메탈 밴드라는 불멸(?)의 타이틀을 획득한(그러나 더 이상 헤비메탈을 하지 않는) 밴드, "시나위". 그들이 음반 데뷔 20년을 맞이한 2006년, 9번째 스튜디오 음반을 내놨다. 솔직히 "시나위"의 음악은 새로운 음반이 나올 때마다 그 음악이 어떤 것일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1~4집까지 시절의, 헤비메탈을 추구하던 "시나위"의 음악은 예상 가능하고, 그 예상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 음악이었다는 것에는 "시나위" 팬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1995년 밴드의 음악성을 그런지의 흐름에 맞춘 5집을 발매하면서 혼란은 시작되었다. "김바다" 시절(6, 7집)의 원초적인 그런지에서 싸이키델릭한 음악으로의 변화, 그리고 8집에서 보여준 세련되고 안정된 그런지 성향의 하드록까지 이들의 음악은 멤버들 변화 만큼이나 꾸준히 달라져왔다.
그리고 9번째 음반인 본작을 맞이하는 느낌은? 이제 "시나위"는 좀 더 열린 록 밴드로 변신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이 얘기가 싸구려 감수성과 동급으로 읽혀지지 않길 바란다. 마흔이 넘은 밴드의 리더이지 브레인, "신대철"은 더 이상, 하나의 서브 장르에 얽힌 뮤지션이 아니라 록, 굳이 말하자면 하드 록부터 그런지에 이르는 록의 넓은 땅덩어리 여기 저기를 편안히 바라볼 수 있는 넓직한 눈을 가진 뮤지션, 그리고 밴드로 "시나위"를 만들고 싶어한다.
흔히 말하는 헤비 트랙이 음반 전체를 통해 두 곡에 지나지 않으며, 처음 세 곡이 모두 기존 팬들에게 '허걱!'싶을 만큼 대중적인 친화성을 가진 곡으로 채워져 있음이 이를 반증한다. 첫 곡 「날 잊지 말아줘」의 훵키한 연주는 시나위에게서 흔히 듣기 힘들던 성격의 연주인데, "블랙 신드롬" 시절부터 놀랍기 이를 데 없는 강약 조절 능력을 보여주던 드러머 "이동엽"의 연주가 이 곡부터 (마지막까지) 빛을 발한다. 믹싱 과정에서 보컬이 상대적으로 강조된 것도 놀라운 부분이다. 여기저기서 하도 떠들어대서 이제 지겹기까지한 "임재범", "김종서", "김성헌", "손성훈", "김바다", ("김용"도 난 정말 좋아했다) 등 한국 록의 내노라하는 보컬들이 모두 거쳐간 "시나위"지만, 늘 보컬의 위치는 밴드 음악에서 1/5을 벗어나지 않았던 것(베이스 1/5, 드럼 1/5, 기타 2/5)과 비교한다면 신기할 정도다.
익숙한 풍의 슬로우 트랙인 「작은 날개」에서 들을 수 있는 보컬리스트 "강한"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보컬이 강조되어햐 했을 법 싶다. "신대철"의 기타는 간결함과 정통성에 방점이 있다. 특히 전반적인 기타 솔로에서 느껴지는 정통성은 "신대철"이 나서 자라던 시절 그에게 영향을 끼쳤던 아버지 "신중현"(새 앨범에는 "신중현"의 대표곡「미인」도 리메이크, 수록했다)과 "신중현" 시기의 세계 록 음악의 흐름인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고있다. 블루스에 기초하면서도, 늘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간결하지만 지속적인 반복(과 변주)으로 청자를 사로잡는 그런 연주. 지난 『D.O.A. Project』음반에서 공개되었던 연주곡 「뛰는 개가 행복하다」의 새로운 편곡은 테크닉이 아닌 감각이 살아있기에 더 신선하다. 연주곡이라는 부담을 완전히 벗지 못한 듯한 연주가 간혹 드러나긴 하지만.
"신대철"의 기타는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예전부터 미국적인 록의 감수성이 늘 느껴졌다. 그러나 그는 꾸준히 (간간히 예외도 있었지만) 한국어 가사를 써왔고, 이제 한국말과 록 연주의 조화에 있어서 나름대로 경지에 이른 듯 하다. 가사란 것이 그냥 읽을 때보다 음악과 함께 들을 때, 가슴에 와 닿을 때, 성공한 것이라면, 신보의 「죽은 나무 part II」, 「Merry go round」나 「모기지론」 같은 곡은 가사가 곡과 함께할 때 시너지 효과를 얻은 멋진 성과물이다.
좋은 연주자들과 함께 "시나위"는 부담감 대신, 편안함의 20주년을 맞았다. 개인적으로 신보의 곡들이 작곡, 연주, 녹음 모두 그 분위기를 잘 살려줘서 매우 흡족하다. 그런데, 48분이 지나고 나면 그래도 한 곡 정도는 피 흘리는 듯한 절절한 "신대철"의 기타가 살아있는 진한 헤비/하드 록 한 곡 쯤 있었으면싶다. 이런 것을 바라는 것은 나만의 지나친 욕심일지? 신선하고 기분 좋게 음반이 끝났는데, CD를 꺼내고 나니 더 허전하다. 오늘만 몇 번을 돌려 들었는데도 뭔가 화끈한 한 방이 자꾸 그립다. 내 머리 속 "시나위"는 부글거리는 헤비메탈의 1986년에 시작되었기 때문일까?
P.S.
또 표절 논쟁이 있을 곡이 눈에 띈다. 솔직히 나도 "Lenny Kravitz"의 노래들이 머리에 떠올랐다. "Jimi Hendrix"에게 바치는 곡이라는데.... 여튼, 또 미안하게도 비슷한 분위기인데, 표절은 아니다! "뜨거운 감자"에 이어 너무 편드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표절을 적용시키면 전 세계에 록 음악 하는 사람치고 표절 안한 사람 어디있을까? 특히나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연주하는 음악 세계에서....
P.S. 2
새 보컬리스트 "강한"의 목소리는 "시나위" 역사상 가장 안(!) 강한 목소리다. 그러나 신보의 분위기와는 아주 잘 어울린다. 다만, 공연에서 옛 곡들, 특히 1~4집의 노래들을 어떻게 부를 것인지 참 궁금하다. 하긴, 후기 "시나위"가 3, 4집의 노래를 연주하는 것을 아예 본 적이 없구나. 여튼 저튼, 하드 록 보컬리스트보다는 훵크 계열의 노래하면 더 잘 어울릴 듯한 목소리처럼 들린다. 목소리가 다는 아니지만.....
P.S. 3
"신동현" 이후 "시나위"에 가장 잘 어울리는 드러머를 만난, "신대철". 개인적으로 이 두 배터리가 오래 오래 시나위에서 계속 음악했으면 좋겠다.
Posted by 헤비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