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 영국-미국, CBS)
꽤 심한 피로를 느낄 때마다 내 손은 자연히 헤비메탈 음반으로 간다. 그것도 정통파라고 불리는 쪽으로. 술이 깨지 않을 때와는 다른 양상이다. 한 일주일 현지조사를 다녀왔더니 이틀째 쉬어도 영 개운하지가 않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상하게 이 음반으로 손이 간다. 「Mr. Crowley」는 언제 들어도 소름이 확 돋고, 「Suicide Solution」은 심박수를 두배로 끌어 올려버린다. 「Good Bye to Romance」와 이어지는 청아한 「Dee」까지 "오지"와 "랜디(Randy Rhoads)"의 감수성은 극에 달한다. 「 Don`t Know」와 「Crazy Train」의 발랄(?)하고 힘찬 리프는 기타 좀 쳐봤다는 30대 이상의 엉아들이라면 한 번 쯤 연습해봤음직한 아이템이다.
이 음반에 실린 9곡은 "오지" 자신도 다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감동의 연속이다. "Black Sabbath"에서 탈퇴한 후, 자신이 꿈꾸던 어두움과 밝음이 공존하는 음악 세계를 처음으로 그리고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음반은 1970년대와 1980년대 헤비메탈의 분기점에서 양자 모두의 기운을 내뿜는 독특한 음악을 가지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Crazy Train」과 「No Bone Movie」를 비교해보라. 1980년대와 1970년대의 록 음악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 가운데 「Mr. Crowley」는 이전 무거움에 있어서는 1970년대의 정신을, 사운드의 신선함과 기타 연주의 유러피안 클래식적인 접근은 1980년대의 진수이다. 그래서 오지의 이 음반은 두고 두고 명반 중의 명반으로 칭해지는 모양이다.
P.S.
"오지", 지금 돌아보면 코메디언이 된, 공연 산업의 마이더스의 손이 된, "Kiss"와 함께 막 살아도 잘 사는 록 스타의 전형이다. 근데, 이 음반 만들 때도 그가 그랬을까? 이 음반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는 여전히 언더그라운드의 마왕으로 남을 수 있었을까? 그냥 늘 궁금하다.
P.S. 2
다시 들어도 "Bob Daisley"의 베이스 연주는 힘이 있으면서도 섬세하게 필인을 잘 넣는다. 이상하게 이 음반 = "랜디"+"오지"(가끔 "Don Airey")의 공식으로 얘기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베이스와 드럼의 리듬 섹션도 거의 완벽에 가깝다. "Lee Kerslake"는 이 후 1990년대 초반까지 계속 "Uriah Heep"에서 연주했었는데, 지금은 뭐하는 지 모르겠다. 리의 연주는 상당히 부드러운 편인데, 그의 후임자인 "Tommy Aldridge"가 『Tribute』음반에서 라이브로 연주한 이 음반의 곡들과 비교해보면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근데... "랜디"의 부드러운 기타 연주는 "타미"의 힘으로 꽉 찬 연주가 뒷 받침될 때 더 힘을 받는 듯한 인상이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기타리스트 중에서 강한 리듬 섹션이 있을 때 이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오히려 덕분에 자신이 더 빛나 보이는 유연한 연주자는 흔치 않다. 그래서 "랜디"의 죽음은 생각할 수록 더욱 아쉽다 T.T
P.S. 3
"오지"는 "랜디" 생전엔 그를 그다지 쳐주지 않았다는 소문도 있다.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난 후 『Tribute』음반을 낸 것도 상업적인 제스추어 였다는 얘기가 있다. 그냥 그런 소문이 있을 뿐이다. 난 "오지"가 『Tribute』음반 뒤에 쓴 편지가 진심일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Posted by 헤비죠


